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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 나는, 너>

어머,

사는 데에 열중하다보니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네

도대체 너 앞으로 어쩔 참이니?

확고한 걸 말해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행복을 위해 너와 나를 우리를 위해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무언가를 말해달라는 말이야

 

참, 너는 너고 나는 나였지

사는 방식, 친구를 사귀고 노는 방식. 무언갈 입에 넣고, 숨쉬는, 걷는 방식 어쩜 우린 모든 게 다르지

미안 나는 그걸 자주 잊는다

 

코로 숨을 쉬는 법을 잊고, 나는

여태 너는 나 나는 너인 줄로 착각했지

내가 성격이 급해서 그만

 

나는 네가 우는 게 싫어서

오해는 마, 네 울고 있을 꼴이 아니라, 정말 네가 마음 아파하는 게 싫어서

그래서 난 네가 울먹이기 전 그 고요가 가장 두렵다

남의 눈물 따위 관심이 없대도?

라고해도 파도의 물결의 수 만큼의 구름이 지나가는 시간 동안 나는

너는 나 나는 너 인 줄로만 알았으니까

 

둘 중 한 명이 약속에 늦는다면

늦는 사람 또한 서로의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기다림은 꼭 서로 두 명의 것이 아닐까?

 

잠깐, 근데 너는 너고 나는 나였지? 그러나

무언갈 바라보는, 바라본 뒤 느끼는, 버스를 기다리는, 어쩜 우린 모든 게 비슷하네

그렇지만 미안, 나는 그걸 자주 잊는다

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고 나는 가게를 나서 혼자 담배를 태우곤 했다

그건 네가 너무 계획적인 탓일까?

 

따라해보렴

너는 너 나는 나

나는 나 너는 너

어쩜,

가끔은 너는 나 나는 너처럼 들리기도 해

그래도 너는 너고 나는 나지

변함은 없겠지

변함은 없겠지?

너는 너고 나는 나니까

 

네가 네 친구들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한다

그런데 정작 나의 친구들과 너의 친구들은 아무 말이 없고

 

얼마 전 두 명의 친구와 연락을 했는데

둘은 한결 같이 바쁜지 연락은 금방 끊겨

그들은 참 열심히 살고있지 않니?

어쩜, 가끔 우리들의 친구들은 서로 비슷하게 보이기도 해

 

너는 현실을 산다고 했니?

어쩐담 나에게 현실은 예외 뿐인 걸

예외가 없었다면 글쎄 현실도 없었을 거야

그래 난 항상 확고함과는 거리가 멀었지

내 성격이 급해진 건 그 탓일까?

나는 말한다

나도 모르겠어

 

나는 항상 너에게, 너는 너니까

너대로 살라고 했지

너의 인생을 살라 했지

아무리 내가 수많은 구름을 보내면서

너는 나 나는 너 인 줄로만 착각했다고 한들

그래 결국 너는 너, 나는 나니까

 

그래 그렇게 너는

너의 인생을 살으렴

 

그래, 그럼 이제 너는 너니?

너는 너가 되었니?

그럼 나는 누구니?

나는 누굴까?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니,

아쉽게도 나도 그걸 잊은 적은 한 시도 없지

 

네가 묻는다

그럼 너 앞으로 어쩔 참이니?

글쎄, 나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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