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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무서워 너무 무서워
돌아간다는 것 물론
머무른다는 것 또한
용기가 무서워요
사과는 더 무섭고
마음 쓰는 게 최고 어렵다네
아는 것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무섭다면
알아야할 것이 많음을 깨닫는 순간은 또 다르게 무섭고
나는 늘 나를 알 수 없다는데
할머니의 속옷 빨래를 넌다면
귀가 후 할머니를 가볍게 안아드린 것이 생각 날테고
할머니를 가볍게 안아드린다면
내게도 내 남은 긴 여생 한 번 생각날테지
나는 돌아가는 길 내내
같이 태워야할 것들이 너무 많나봐
캐리어를 싸는 일보다 마음 싸는 일이 더 무섭네
캐리어 한 가득 비운다해도 담아가지 못 할 마음들
나는 그 마음들만 생각하면 무서워 ··· 자꾸 귀만 만지작 만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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