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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동생을 마주한 게 왜 그렇게나 슬펐는지, 동생 대신 그의 방이 물음에 대답해 주는 것 같았다. 머리를 감고 거름 망에 쌓인 음식물들을 긁어내며 나는 동생의 이불에 표정을 묻는다. 음.. 우리에겐 한때 비좁았던 집이 있었지. 나는 그곳으로부터 수많은 슬픔을 꿈꾸었지만 그곳이 생기 없는 시선으로 가득 찬다는 건 아무래도 내가 예상한 슬픔은 아녔다..;; 아무리 내가 그곳에 머물고 있지 않더라도 그건 결코 내가 예상할 수 있는 슬픔이 아녔다. 누워서 TV를 보는 동생의 눈을 보며, 허리가 굽고 말라 눈꺼풀 두 개 치켜세울 힘도 없는 어느 한 노파의 눈을 떠올린다. 그저 시선으로만 본인 밖을 바라보는 그 가엾은 노파의 눈(,)과 피부 연고를 발라주는 것으로 모든 것을 회개할 줄 아는 나의 이 눈을. 뜬 눈을 뜬 눈으로 바라본다는 건 여전히 무서운 일이기에 나는 아직 시선 뒤에 숨어 다니지만 노파의 눈은 그래, 감겨있는지 열려있는지 구분이 어려워 몰래 바라보기에 딱 좋았다지.
며칠 전엔 비행기에 같이 태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문장을 썼는데 오늘 그 문장을 바꿔볼까 찰나 고민했으나 아무래도 무언가가 재가 된다는 것 또한 내가 예상한 슬픔의 밖이라.. (이러나저러나 애도는 나와 많이 멀구나) 따지고 보면 나는 슬픔을 외부에서 바라본 적 있었나? 내 슬픔 한 데 가득 모아 태워 보내다 보니 나는 이제 그걸 동생으로부터, 동생의 방으로부터 찾고 있고 한 때 비좁았던 집으로부터, 노파의 시선으로부터, 노파의 시선으로 가득 찬 집으로부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부터 찾았네. 그렇다 해도 슬픔을 보살핀다는 것으로 잊을 줄 알게 된 건지는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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