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두 동생이 아는 누나
그럼요 자리 비켜드려야죠.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근데 저 연두의 동생이 아녜요. 사람 이름이 어떻게 연두예요. 어떻게 사람 이름이 그렇게 무해해요. 머리 새로 했네요, 어디서 했어요? 남색 교복 조끼랑 참 잘 어울려요. 제 머리요? 네 많이 길었어요. 저도 그렇게 머리 꼬아볼까봐요. 근데요 누나는 어쩜 그렇게 당당해요? 마치 이 마을버스를 집어삼킬 거 같아요. 학교에서 뭐라고 안 해요? 염색도 한 거 같은데. 저는 그래서 매일 오전 6시에 등교해요. 가면 저 같은 놈들 몇 있어요. 웃기고 귀엽죠.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내가 아저씨라도 누난 누나, 내가 삼촌이라 해도 누난 영원한 누나일 테고. 결혼도 하고 어쩌면 아이도 있겠지만. 누나처럼 당당한가요? 저 작은 마을버스 집어삼키려 종종 애를 쓰나요. 드물게 그 마을버스를 봐요. 이젠 버스가 너무 작아져서 눈치 보지 않고도 모든 손잡이에 닿을 수 있지만, 아직 이걸 집어삼킬 수는 없네요. *난 그동안 군대도 다녀왔고, 내가 태어났을 때보다 마을버스 요금은 8배나 비싸졌다는데 짬통같은 버스가 뒤굴뒤굴 굴러다니는 이 길은 보기 좋게 선심 써도 그대로네요. 그 길은 가끔 연두의 동생을 생각해요. 이름은 뭘까요? 초록은 아니래요. 초록은 미스테리하지 않으니까요. 하늘이는 어떤가요? 하늘은 미스테리하잖아요. 무궁무진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지낸다고요? 자영업에 뛰어들었나요? 목공예 작품을 만들어 팔거나, 누군가의 미스테리를 가리는 일 아니면 싸구려 지갑을 팔고 있나요? 그래도 누나, 좌절은 없겠죠. 저 같은 놈들은 여지껏 그런 사람만이 이 버스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믿어왔으니까요. 누나가 내리면 이 버스는 세상을 집어삼킬 만큼 점점 커질 거예요. 혼비백산이 된 마을버스에는 다들 먼저 타고 늦게 내릴 줄만 알고 아무도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요. 내가 가끔 기사님께 선물한 눈속임처럼요. 누나 제발 돌아와 버스의 질서를 잡아주세요. 이 사람들 한 데 모아 평화가 무엇인지 타일러주면 안 될까요? 미스테리함만 남은 이곳에는 누나의 당당함이 필요한 걸요.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361 타고 집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