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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창을 넘어 베란다를 넘어

때로는 금방이라도 세상을 삼킬

노을 빛을 가진 채로 때로는

당신의 슬픔으로만

저 먼 풍경을 본다

할머니에게 뭘 그렇게 보냐 물으면

할머니는 다른 물음으로 되묻는다

그러면 내가 던진 질문이 나에게로

나는 뭘 그렇게 보고 있는 할머니의

무엇을 그렇게 봤을까

TV를 듣지 못하고 보는

아무도 물은 적 없는 할머니의

평택 오성면의 이야기들을

나는 보지를 못하고 듣는다

아마도 할머니는 과거만 보나봐

짚을 꽈 물 묻혀 줄넘기를 하는

동생들에게 쌀밥을 빼앗기는

괄시의 시절들을 지나다보면

아무도 모르게 꾸벅꾸벅

할머니가 저 먼 풍경을 본다

노을 빛은 할머니 등에 맺혀

금방이라도 세상을 삼킬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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