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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사랑에 빠지는 일은
너무나 쉬워서 너무나 하찮고
그렇게 누군가의 시집을
손에 쥘 때마다
쉽고 하찮은 사랑에
그의 삶을 관망하거나
그이로부터 비롯된
순간들을 읽는
것을 넘어 그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위험
아무리 도태된다 한 들 멈출 수
없는 일 같은 일
해가 간판에 걸쳐지는
일처럼 오늘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그의 팔꿈치가 정박해있던
어느 가게를 상상하며
어디가 좋을까
어디가 좋을까?
어디가 좋을지
어디가 좋을지
어딘가를 다녀보지 않았으므로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등에 거미가 있고
누군가는 타월을 걷는
수심 가득한 구멍과 창덕궁 그리고
창경궁이 있는
그의 팔꿈치가 정박한 그곳에서
그의 팔꿈치를 보며
그의 팔이
얼마나 탔을지
얼마나 탔을지 헤어려보는 일
그러다
그러다
팔꿈치로만 만들어지는
유리컵 표면에 물방울이
매달렸다 흐르는
수심 가득한 모자들이 걸리고
누군가의 등에는
거미가 있는 세계를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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