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얘들아
그러니까 뭐
나는 이따금 너희가 돌연사하는 상상을 하곤 해
또, 내가 얼마나 슬퍼할까 상상을 하곤 해
그러니까 뭐
진짜 죽는다는 게 아니라
정말 죽는 거 있잖아

오늘 밤엔 말이야 우리
아빠 아래에 몇겹의 천이
찬호 찬혁이 위에 육중한 숨이
엄마 주변에 애달픈 외로움이
내 앞엔 나의 심장박동수보다 성급한 규칙이 있어

그렇기에 너흰 결단코 나의 전자운동을 이해하지 못 하겠지
그렇기에 내가 무언가를 존중해본 적 없는 거겠지

허구한 날의 XX와 너희는
서로, 서로
가질 수 없는 여섯번째 손가락
처럼 자꾸 서로를 원하지 웃겨
아, 나는 지금 내 심장박동의 수를 센다
아, 나는 지금 내 수를 심장박동 한다

그러니까 뭐
너희는 나의 돌연사를 상상해본 적 있니
너희는 얼마나 슬퍼할까
돌연 내가 죽는다니 꽤 오래전엔
돌연 홍당무를 먹는 피나는 송충이가 죽었대
얼마의 너희는 슬퍼나할까?

있잖아, 나는 너의 돌연사가
내겐 행복한 상상인 세상에 살아
우리 사이가 좋게 종지부될 기회라며
네가 죽는 날
나는 속으로 네 안 좋은 습관을 되뇌일 거거든
기회가 되면 장례식장에 플랜카드로 만들어 가도 좋겠다
못 할 말 못 하고
안 할 말 안 하고
하고 싶었던 말을 한잔의 술로 넘기면 그 템포에 맞춰
네 심장박동이란 단어가 부재 넘어 부재가 되고
썬팅이 확실한 유리관 안에서 네가 벌떡 일어나겠지
유례 없는 유레카 외치듯
벌떡 일어나
내게 뭐라고 말할래?

그러니까 잔뜩 흥분한 채로
너희는 무슨 변명을 할래?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