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6.18

<꿈에서 본 은빛 새는 몰락했다>

그런 날이면 손에 땀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가 내리는 날을 흠모하는 사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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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이유처럼 갖은 이유로 자살을 하는 그는
그것을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설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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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자살 방법들은 각자의 신념을 지니고
연말 연초의 모호한 의무감처럼 애틋하게 꾸준히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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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하나의 아나키즘 세계를 구축한 뒤 그곳에서마저
어울릴 수 없는 한 부적격자의 생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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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사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 하는
멸종 위기의 조류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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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참새의 포즈와 참새를
처음 마주 했을 때의 나의 포즈 사이의 두려움처럼
살아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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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의 불빛들이 모든 청춘을 좀먹는 날, 한 마리 청춘이
죽음은 홀로 맞이해야하는 것임을 몸소 보이는 듯 비행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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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바라본 그는 자신 목숨에 또 한번 싫증이 났다
이제 그는 또 다른 자살 방법을 고안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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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에 경건하기 위해 발을 씻고, 다짐을 번복하거나 미루고
속수무책으로 슬퍼하고, 비닐 봉투를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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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해결책이 없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나날들
이곳에서만이 자신 존재의 유일한 실마리가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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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의 꿈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닌 죄수의 눈으로 바라본
높고 작은 창을 통해 새는 빛처럼 서서히 건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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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높고 작은 창에 내 방 커튼을 옮겨 달고있다
걷혀본 적 결코 없는 기다란 나의 회색 커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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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을 날들을 고민하는 이를 등진 내가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커튼 안으로 들어간다
빛이 되기 위해서 새로운 세계를 세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