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18

< 환영합니다 >

이 곳에 온 지 약 일 년

가구의 배치를 바꿔본다 싫증이 날 때면 이런 짓 따위로 무마해본다던 친구는 이것마저 싫증이 났는지 이곳으로부터 먼 곳을 향해 떠났다
제게는요, 어떤 새로운 것이 필요합니다

이 신랄할 법한 밤
목숨에 싫증이 난 이는 줄곧 자살을 한다 줄곧 자살을 해오던 이도 이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손목을 그었던 칼, 질식을 도왔던 연탄, 폭발한 주방 가스와 미끄러 넘어져 머리 깨져 죽은 날의 욕실 타일 조각을 챙긴다

나는 식도가 말라갈 즘마다 잠에서 깨고 악몽인지 악재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현상들은 내가 살아있음이 곧 악재라도 되는 듯 나를 삼킨다

모두가 한 번씩은 떠나고 마침내 이곳은 새로운 방문자를 기다린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누가 이 곳을 제 발로 찾아옵니까?"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요"

방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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