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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합니다 >

이 곳에 온 지 약 일 년

가구의 배치를 바꿔본다

싫증이 날 때면 이런 짓 따위로 무마해본다던 친구는

이것마저 싫증이 났는지 이곳으로부터 먼 곳을 향해 떠났다
 

제게는요, 어떤 새로운 것이 필요합니다

이 신랄할 법한 밤
목숨에 싫증이 난 이는 줄곧 자살을 한다

 

줄곧 자살을 해오던 이도

이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미끄러 넘어져 머리 깨져 죽은 날의 욕실 타일 조각을 챙긴다

모두가 한 번씩은 떠나고

마침내 이곳은 새로운 방문자를 기다린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누가 이 곳을 제 발로 찾아옵니까?"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요"


방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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