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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그 사건들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화, 목, 일요일마다 박스를 모아 놓는 리어카를 지나 만만한 그 카페와 그 안의 우울한 사내의 빈 커피잔을 지나 버림받을 강과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을 지나 우둔한 섹스를 지나 풀리지 않은 상실을 지나 옹졸한 어투를 지나 컴컴한 날씨를 넘어 어딘가의 저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언제의 내가 플라스틱 용기 안의 아찔한 사진들을 만난 것처럼 새삼스레 그 사건들을 알아차렸을 때 그 사건들은  ‘사건’이라고 불리기에 자신있게 애매했다. 나는 겸허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서는 안될 것들이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라고 초라해진 그 사건들을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참 짜릿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한낮의 분리수거 같은 얄팍한 일을 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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