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가까워오는 매 연말의 나는 뭔가 한껏 부풀어 있더랬다. 부푼 나는 왜인지 자꾸만 서점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일년의 마치 가장 긴 연중행사 처럼..
나는 습관적으로 현대 시 코너나 몰스킨 사의 스케쥴러가 진열된 곳에서 방황한다. 책을 살 때는 역시나 책의 제목이 큰 역할을 한다. 나는 그 좁은 코너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센스있는 제목의 현대 시집을 골라본다. 최대한 가능한 자연스럽게 서서 책을 흝는다. 흝으면서 나와 같은 공간에 서 있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어떠한 자세가 책을 구경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지를 관찰한다. 관찰 하면서 또 이 공간의 구조에 대해서 잠시 불평도 해본다. 이 서점은 서로 약 몇 분 정도 떨어진 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공간과 공간을 이동할 때 다른 생각으로 빠지기가 참 쉽다고 생각한다. 길도 적잖이 헷갈리기에 나는 유명한 카페와 미용실, 작명이 구린 레스토랑과 싱가포르 백화점에 있을 법한 샤브샤브집을 지나서 다른 공간에 도착한다.
새 책을 손에 넣으면 곧바로 카페에 가 몇 장 정도 읽어본다. 그것이 연말의 상책이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아볼까 생각한. 꽤나 맛있다고 듣던 이 카페의 신 메뉴를 맛 보면서 나는 창밖의 풍경을 감시해본다. 그러면서 책을 잊어본다. 이렇게 무서운 일이 이곳엔 참 많다. 나는 카페에서 독일 어린이 뉴스를 보며, 한 곳에 더럽게 쌓인 테이블과 의자들을 보며 의자와 테이블이 아닐 수도 있는 조형물을 보며, 내 옆 남자의 목덜미에 있는 오래된 문신을 보며, 내가 뽑은 서가 위치 영수증을 보며, 다시 창밖을 보며 다시 그 동생을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하나 즘 있을 법한 홀연히 사라진 동생의 행방을 생각 해본다.
나는 창 밖의 풍경의 근처에서 그 동생과 어딘가 꼭 닮은 사람들을 몇 번 마주친 적 있다. 특히 걸음걸이, 그 느슨한 걸음걸이가 나를 속인다. 그 밤의 사거리를 나누는 신호등에서 내가 그 동생을 타인의 걸음걸이로 마주쳤을 때, 동생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두들기고 있었고 휴대폰의 불빛은 사거리의 모든 불빛을 집어 삼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