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의 어느 한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쉐어하우스의 나머지 구성원들은 내가 아는 지인이었답니다. 근데 이상하리만치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날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같이 저녁 외식을 하고 왔더군요. 내 인사도 받지 않고 그들은 소파에 앉아 비디오 게임에 열중했던 거 같아요. 저는 혼자 편의점으로 끼니를 때울 어떤 것들을 사러 갔답니다. 근데 편의점 옆에 새로 개업한 노란 조명들이 화려하게 잔뜩 달린 미용실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나온 김에 머리나 자르고 가자는 마음에 문을 열고 입장했어요. 미소가 묻은 인사와 함께 어떻게 자르겠냐는 헤어 디자이너의 물음에 전 머리를 기를 것이니 뒷머리만 좀 다듬어 달라고 요청했죠. 그러자 그 디자이너가 ‘풉키’ 하고 웃어버리는 거에요. 저는 속으로 ‘이 자식이..’ 라고 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답니다. 오로지 제 머리카락을 위해서요. 그 디자이너는 수다를 떨며 가위질을 막 하더니 제 머리를 결국 망쳐놓고 말았어요. 대나무 빗자루가 따로 없었죠. 그래놓고 제게 ‘수고하셨어요~’ 라고 하는데 울화통이 치민 저는 머리가 이게 뭐냐고 따졌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스텝 직원들이 저를 보고 웃음을 참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걸 본 순간 온 몸에 힘이 풀리고 말았습니다. 이 미친사람들을 이기는 것을 포기하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저를 담당한 디자이너가 종이를 들고 오더군요? 거기엔 “각서 : 추후 머리에 대한 환불을 포함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 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곤 매장 스피커에서 영업 종료를 알리는 이마트 노래가 나오더군요? 참 나, 저는 울음을 참으며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대나무 빗자루 같은 내 머리, 그걸 보고 일동 웃는 직원들 그리고 영업 종료을 알리는 이마트 노래까지 저는 더이상 그곳에 머물 용기가 없었어요. 제 마지막 기억은 노란 조명 아래에서 이마트 노래에 맞춰 제게 또 오라고 손 인사하던 수많은 직원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