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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 컴비니언>

 

삼부 컨비니언을 삼부 컴비니언으로 오해해본다

 

[두 획의 차이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무대 위의 막이 열리고 조명이 켜지더니

어거지 분장에 우스꽝스러운억양 모든 것이 얼렁뚱땅 넘어가는

아빠 하나 아들 둘 세 부자 코미디언들의 하찮은 개그가 시작된다

 

두 획은 소실점이다

끝이 없어 보이는 고속도로 길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 위 죽기 좋은 구석이었다가

시체를 은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담이 되었다

죽음을 의미하는 2차원의 눈동자였다가도

모든 것을 얼렁뚱땅 넘길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수학기호가 되었다

 

그래 모든 것이 얼렁뚱땅 넘어가는 순간에

무대의 조명이 유리창을 뚫고 내 오른 무릎 반절에 돌았다

 

조명은 기어코 새벽을 뒤집어 놓고 만다

새벽은 단어와 단어를 뒤집는다

말끝과 말끝을 뒤집더니 기어코 입 짓과 손 모양을 뒤집는다

그래서 이해와 오해가 살인과 살해가 뒤집혔다

무대 위의 살인자 역 퇴장하고

살해당한 역 조명과 함께 바닥 아래로 꺼졌다

 

살인자가 떠날 때 이 조명이 다시 돌 것이다

새벽보다는 이른 아침이라 부르는 게 마음에 편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무대 위에서 택시를 잡는다

그의 그림자가 살해당한 자와 똑같이 포개진다

모든 건 다 얼렁뚱땅 떠나기 위함이다

 

택시 안 라디오에서는 삼부자의 스탠딩 코미디가 나온다

볼 수 없어도 보이는 어거지 분장들이 라디오 안에서 튕긴다

 

삼부 컴비니언.

그렇게 세 명의 부자는 라디오가 되었다

라디오는 두 획이 만든 소실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빛이 적시 적소에 찾아오고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는

졸음을 뒤집으려 애쓴다

꼭 이 빛을 끝까지 맞겠노라며

오른 무릎 반절에 도는 졸음을 뒤집어보려 한다

 

높은 담이 이어지니

코미디를 앞지르는 차들

코미디에 뒤처지는 차들이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분주할 것만 같은 기둥들이 있다

라디오의 관심들이 저 기둥에 닿는다

그가 모든 것들을 보내는지

모든 것들이 그를 보내는지 알 방법이 없다

 

혜화동의 한 빌라가 생각이 났다

한 빌라 한 작은 방의 한 일요일

그곳에도 꼭 분명 이 빛이 있었다

빛은 방 모든 곳곳에 돌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장롱과 침대 끝을 지나

다른 방의 문을 열어버렸다

빛이 방을 만든 셈이다

 

그리고 그가 그 방 안에 있었다

방 안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삼부자의 코미디는 들을 수 없었지만

텔레비전 회색 담요가 그의 오른 무릎 반절을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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