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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가진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를 괴로움의 원인을
망가져가는 내 육체와 정신으로 치부하려고
그러나 깨달으면,
나는 결코 온전한 적 없었으며
나를 망가뜨리고 있던 것은
오히려 원인을 찾으려 했던 그 집착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오만함과
이 세상 모든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이기심
그리고 나에 대한 끝없는 믿음이란 것을
곧 망가질 내 육체와 이미 망가진 내 정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무언가 또 한 번 깨달아나갈 때면
나는 온전히 이곳에서 사라지는 중일 것이며
내 스스로를 망가트렸던 그 자비롭고 빛나는, 허망과 후회로 침착된
그 날들을 붙잡기 위해 다시 집착하고
극복하기 위해 오만해지고 그러나
그런데도 이 세상 모든 비밀을 알아내야만 하겠다는 이 이기심
그리고 나에 대한 여전한 끝없는 믿음
내 오랜 풍경에 대한 주마등과 함께 사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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